좋은글과시

더 아픈 사람 / 이기주

설악산 2017. 4. 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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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픈 사람 / 이기주

 

지하철에서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는

할머니와 손자가 눈에 들어왔는데

자세히 보니 꼬마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가 손자 이마에 손을 올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직 열이 있네  저녁 먹고 약 먹자

손자는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며 대꾸했다

그럴께요

그런데 할머니는 내가 아픈 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순간 할머니의 대답을 몇 가지 예상해 보았다.

하지만 내 어설픈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할머니는 손자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직함을

 

< 이기주 에세이 언어의 온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