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더 아픈 사람 / 이기주
지하철에서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는
할머니와 손자가 눈에 들어왔는데
자세히 보니 꼬마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가 손자 이마에 손을 올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직 열이 있네 저녁 먹고 약 먹자
손자는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며 대꾸했다
네 그럴께요
그런데 할머니는 내가 아픈 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순간 할머니의 대답을 몇 가지 예상해 보았다.
하지만 내 어설픈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할머니는 손자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직함을
< 이기주 에세이 언어의 온도 중에서 >
'좋은글과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장에 피는 꽃 (0) | 2018.06.25 |
---|---|
그리운바다 성산포 / 이생진 (0) | 2017.05.24 |
시인과 촌장 하덕규 가시나무의 사연 (0) | 2017.01.29 |
포근한 겨울 / 은향 배혜경 (0) | 2016.12.28 |
성탄절 기도 / 은향 배혜경 (0) | 2016.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