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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가시나무새가 살았었습니다 / 한용운

설악산 2011. 7. 2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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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가시나무새가 살았었습니다 /한용운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멀어지는
그런 한 사람을 사랑하는
슬픈 가시나무새가 있습니다


언제나
앙상한 나뭇가지에 앉아서
그 사람만을 기다리고
그를 위해서만 노래하는
슬픈 가시나무새가 있습니다


그가 웃으면 웃고
그가 울면 따라 우는
매일 매일 지친 몸을 이끌고
그 사람의 둥지나무 꼭대기에서 노래하던
슬픈 가시나무새가 있습니다


어두운 밤하늘
그가 돌아가는 밤길에
그를 대신해 매에게 날개를 다친
슬픈 가시나무새가 있습니다


너무 지치고
초췌해져서 돌아온 그를 위해
자신의 깃털을 뽑아
따뜻한 둥지를 만들어준
슬픈 가시나무새가 있습니다


어느 추운 날
앙상한 가시나무 위에서
그 사람만을 위한 노래를 부르다
하얀 눈을 붉게 물들인
슬픈 가시나무새가 있습니다


사랑한다 말하면
그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것 같다며
끝내 이 말은 못하고
또 그를 위한 노래만 부르던
슬픈 가시나무새가 있습니다


오직 그 사람만이 듣지 못했던
슬픈 노랫소리가 있습니다
오직 그 사람만이 듣지 못하는

노래를 부르던
슬픈 가시나무새가 있습니다


끝내 그 사람이 그 새를 떠날때도
바보같이,,,너무 바보같이
가시나무위에서 또 노래만 부르던

붉어지는 눈망울과

식어지는 숨결로
그의 행복만을 빌던 그런 바보같은
그래서 너무 슬픈
가시나무새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 가시나무새를 사랑한
한그루 가시나무가 있습니다.


나는
가 시 나 무 입 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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