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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집을 짓게 하소서 / 이어령

설악산 2016. 8. 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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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집을 짓게 하소서 / 이어령

내가 살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숫가락 두개만 놓을수있는
식탁만한 집이면 족합니다
밤중에는 별이 보이고 낮에는 구름이 보이는
구멍만한 창문이 있으면 족합니다

비가오면 작은 우산만한 지붕을
바람이불면 외투자락 만한 벽을
저녁에 돌아와 신발을 벗어 놓을때
작은 댓돌 하나만 있으면 족합니다

내가 살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당신을 맞이할때 부끄럽지 않을
정갈한 집한채를 짓게 하소서
그리고 또 오래오래
당신이 머물 수 있도록

작지만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짓게 하소서
기울지도 쓰러지지도 않는 집을
지진이나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내 영혼의 집을 짓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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