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시

쓰임의 도구

설악산 2015. 7. 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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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프리랜서 에서 우연한 기회로  영남 대학병원 간병센타 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작년 이맘때 인것 같아요
내 자리는 1층로비 엘리베이터 앞 방문하는 모든 래원객이 한눈에 보이는곳
1층 로비는 소등을 한 상태여서 약간 어두웠고
이른아침 이라 사람의 발길이 뜸한 조용한 시간 이였어요

그날은 정기적인 미팅이 있는 날이라 여느날 보다 일찍 7시쯤 병원에 도착하여
소양교육 에 필요한 미팅자료 를 준비하고 있는데,
나즈막 하면서도 잔잔히 낯익은 노래소리가 들렸어요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 이랄까요 엘리베이터 앞에 한대의 휠체어가 보이고,
그 뒤에 남루한 옷차림 으로 서있는 여자가 보였어요

휠체어 에는 40대 중반의 남자 보기에도 중환자 임을 한눈에 알수있을 정도로
살이빠져 환의를 입은 모습이 어린애가 어른옷을 걸친듯

눈은 떳는지 감았는지 앞을 못보는 맹인 이였어요
얼굴엔 미소가득 환하게 웃고 있었고  그사람은 나즈막하게 찬송가 를 부르고 있었어요

저는 맹인의 삶이 그 어떤 장애인 보다 불쌍하다 생각 했었어요
어둠속에서 일생을 마쳐야 함도 안타까운 일인데 넉넉치 못한 빈곤한 삶에
육신의 병까지 들어 몇곱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그를 보니 몹시 마음이 아팠어요

저는 그에게 다가 갔어요 찬양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하며
휠체어 에 앉은 그사람의 손을 꼬옥 잡았어요
그는 환화게 웃음띤 얼굴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더군요

그에게 말을 건넸어요
지금 처한 이고통이 많이 힘드실텐데
이리도 밝게, 기쁘게, 찬양을 하시는지요

그의 대답은


모래알 같이 많은 사람들중에  보잘것 없고
미천한 저를 그분께선 "쓰임의 도구" 로 삼으셨습니다

앞 못보는 나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빛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시고
보이는 "눈"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시려는 그분의 뜻에
"쓰임의 도구" 로 선택된 저는 축복 받은 행복한 사람 입니다

앞이 안보여 세상은 볼수 없지만, 아름다운 빛을 느낄수있는 마음의 눈을
저에게 주셨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듣는순간 저는 심장이 멎는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삶을  비관 하지 않으며,  남의 탓, 과 세상을 원망 하지도 않으며,
주어진 작은것 에 감사하며, 긍정적인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저 사람은 그 누구보다 장애인이 아닌 온전한 사람

오히려 눈을 뜨고도 아름다움 을 볼수없고
만족할줄 모르는 눈뜬 장애인이 더 불쌍하다 는 생각에
동정 어린 눈으로 그에게 질문을 한 내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진정한 은혜, 감사, 정녕 은혜는 내가 받고 있었어요
그에게 뭐라도 주고 싶은데  뭘 줘야 할지
내가 가진것,  줄수 있는건, 무엇이든 다 주고 싶었어요

서랍을 여니 마침  홍삼캔디 한봉지  얼른 그 사람의 손에 쥐여 주고는

나도모르게 목이메여 더이상 말도 못하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동정이 아닌, 너무나 감사해서, 신앙의 힘이라고는 하나,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그사람과 그를 지탱해 주는 믿음,

"진정한 감사" 가 저를 감동 시켰습니다

엘리베이터 가 서고 그가 병실로 올라가고
한동안 자리에 앉아 멍하니 천정을 보며 눈물을 삼켰어요

이어서 미팅 시간이 되었어요
소양교육을 위해 정작 준비했던 자료 는 뒤로한채
" 진정한 감사" 라는 즉흥적인 주제로 열강을 했습니다

200 여명의 맑은 눈동자 가 주시하는 가운데
저는 강의도중 목이메여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삶" 이란 자체가 은혜스러웠습니다
이렇게 단상에 서서 뜨겁게 가슴으로 강의를 할수있도록
허락된 제 삶에, 제 인생에, 거듭나는 감사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입버릇 처럼 감사합니다 를 많이 하지요
가슴에서 우러 나오는 아름다움   

이런것이 "진정한 감사" 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꿈을 향한 사랑방 카페지기 참이슬님 글입니다